8 July 2009

“미래형 교과과정 개편안 개탄스럽다”

수학·물리·화학회, 과목 선택권 강조…수학·과학 교육 파행 우려

2009년 07월 03일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의 연합 모임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기과협)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래형 교과과정 개편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기과협은 3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추진하는 미래형 교과과정이 수학·과학 교육 강화보다는 학생의 선택권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입안되고 있다”며 “기과협과 충분한 대책을 수립한 후 수학·과학 교육과정 개편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2011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힌 미래형 교과과정은 △교과군 수를 영역별·수준별로 재편성해 축소하고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현행 10년(초1∼고1)에서 9년(초1∼중3)으로 1년 단축해 고교는 전 학년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의 최대 응시과목 수를 현행 4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기과협이 문제 삼은 건 고교 전 학년을 선택과목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부분이다. 현재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이과생은 고2부터 수학과 과학에서 일부 과목만 선택할 수 있다. 학계·교육계의 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이 기초과학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현재 수학의 경우 이과생은 수학I과 수학II가 필수이지만, 미분과적분·확률과통계·이산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해 배운다. 문과생은 미적분이 빠진 수학I 과목만 이수한다. 6차 교육과정 때보다 학습의 범위와 양이 줄어든 가운데 일부 대학마저 문과생 수준으로 공부해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부실 교육 논란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007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77개 4년제 대학의 2007년도 공대 정시 합격자 중 수학I 과목만 선택한 학생은 60%가 넘었다. 이는 미적분도 모르는 이공계 신입생이 과반수가 넘는다는 의미다.

과학의 경우 이공계 전 분야의 기초인 물리 교육의 부실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는 물리I, 화학I, 생물I, 지구과학I, 물리II, 화학II, 생물II, 지구과학II 등 모두 8과목에서 4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다. ‘I’ 과목은 기본과정, ‘II’ 과목은 심화과정에 해당한다. 최근 5년간 수능 과학탐구의 선택과목별 응시자 비율에 따르면 화학I과 생물I이 90% 내외, 지구과학I과 물리I이 55~60%였다. 물리II는 줄곳 10% 미만이었다. 물리I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이공계에 진학한 신입생이 40%가 넘는다는 뜻이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교육계 전문가 다수는 고교 과정에서 물리I은 물론 물리II에 나오는 내용까지 알고 있어야 정상적인 이공계 대학 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과협은 이같은 폐해를 양산한 7차 교육과정을 실패한 교육과정으로 규정했다. 기과협은 성명서에서 “완전히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을 구상했던 당사자들이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7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포장만 바꿔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또 다시 제시했다”며 “‘부분만 뽑아서 배우면 안되는 내용’들을 (교육과정을 통해) 선택적으로 공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과협은 이어 “고교 수학에서 필요한 내용은 논리적 위계를 따라 모두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 어떤 단원은 배워도 되고 어떤 단원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기초 물리는 배우지 않고 기초 화학만 배운다든지, 또는 그 반대로 하는 것은 이공계 기초 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기과협은 또 소수의 영재가 아니라 전체 학생의 20~30%를 대상으로 양질의 수학·과학 교육을 하는 선진국의 사례들을 언급했다. 기과협은 “흔히 공교육의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조차 고교 3년 동안 수학을 필수이수과목으로 규정한 주가 32개 주, 과학은 28개 주나 된다”며 “선진국에서는 수학·과학을 ‘어렵지만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공교육에서 점차 강화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기과협은 미래형 교과과정의 졸속 추진도 비판했다. 2007년에 공포된 새로운 교육과정(7차 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도입돼 2012년 초중고 전 학년에 적용될 예정으로 이미 교과서까지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이 왜 갑자기 등장하냐는 질책이다. 기과협은 “별다른 배경 설명도 없이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을 불쑥 준비하고, 언론에 발표까지 하는 작금의 상황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기과협은 이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획일적 4분법에서 벗어나 물리와 화학을 합친 ‘물리과학’을 신설, 필수이수과목으로 지정하고 과학 각 교과목의 이수단위를 10단위 이상으로 보장하며 초등 고학년 과학은 과학전담교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기과협은 “‘수학·과학교육 강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과협과 함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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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과학교육계의 핫 이슈... 공청회도 하루 전날 갑자기 연기됐던데...

대체 왜그렇지? 요새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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