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with label 과학 교육. Show all posts
Showing posts with label 과학 교육. Show all posts

5 January 2012

[기자의 눈]2012년 과학은 죽었다

교과부의 과학기술 예산, 교육의 10분의 1

2012년 01월 04일

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잔인하게 시작됐다. 적어도 과학기술계에는 그랬다. 그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8부였던 중앙정부 조직을 15부로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했고 2월 국회는 이 안을 통과시켰다.

사라진 3부에 과학기술부가 포함됐다. 과학은 교육인적자원부로, 기술(공학)은 산업자원부로 찢어졌다. 과학기술계는 망연자실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무모한 시도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4년이 지났다. 2012년 ‘임진년(壬辰年)’의 시작은 2008년보다 더 우울하다. 이젠 아예 부처에서 과학기술을 찾기가 어렵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은 ‘사실상’ 죽었다.

교과부 내 순수 과학기술 조직은 달랑 실(室) 하나만 남았다. “그 많던 과기 공무원들 어디 갔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교과부는 올해 업무보고 자료에서 핵심추진과제를 소개하면서 교육에는 13페이지를 할애했지만 과학기술은 4페이지로 끝냈다. 그마저도 ‘교육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재 양성이 대부분이다.

새해 처음 열린 교과부의 올해 예산 설명에서 교육과 과학기술의 불균형은 더욱 명확해졌다. 올해 교육에는 45조4911억 원을 투입하는 반면 과학기술에는 4조1154억 원이 투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라고 불리는 게 무색할 정도다.

교과부도 할 말은 있다. 작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출범하면서 과기 공무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당연히 과학기술 업무량도 줄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급 조직이 2개나 늘었으니 오히려 과학기술의 파이가 커진 게 아니냐”고도 했다.

2008년 과기부를 교육부에 통폐합시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과 과학기술의 ‘화학적 결합’”을 주문했다. 화학적 결합의 과학적 정의는 산소와 수소가 만나 물이 되는 것처럼 이전의 성질이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게 만들어지는 반응이다.

교육과 과학기술의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국과위나 원안위가 별도로 생길 필요가 있었을까. 두 위원회의 출범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운 이번 정권의 방침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교과부로, 국과위로, 원안위로, 또 지경부로 뿔뿔이 흩어진 과학기술은 흡사 선장 없는 배가 위태롭게 항해하듯 과학기술계에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

아니 이것은 동아일보 아닌가?

8 October 2011

“줄기세포 연구,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야”

이화여대 권복규 교수 기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1천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연구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보기에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상 돌풍’이 부는 듯하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줄기세포 연구’를 표방하는 회사들의 주가가 ‘주가 폭락장’속에서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한 언론에서는 논문조작과 연구부정행위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물러났던 황우석 박사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오해가 있다. 그 오해의 일부는 과학적 의학적 지식의 부족에서, 또 다른 일부는 적절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일찍 상업화한 줄기세포 업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연구의 의학적, 산업적 잠재력은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잔여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나 (황우석 박사 때문에 잘 알려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배아 파괴, 연구목적 배아 창출, 인간복제 등 생명윤리적 쟁점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후에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배아 파괴 등의 윤리적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사회에 미칠 장기적, 잠재적 이득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줄기세포연구가 이른 시일 내에 엄청난 치료효과를 보이면서 커다란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1000억 원의 연구비로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은 과욕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는 근본적으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비교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배아줄기세포(체세포복제배아연구 포함) 연구에서조차 전문 인력과 연구기관, 그리고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줄기세포 연구의 치료적 잠재성은 크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임상적 응용은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인간 배아를 다루어 본 경험과 배아연구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분위기에 힘입은 것일 뿐이다(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미국의 연방정부 예산 지원은 2010년에 다시 좌절되었다). 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인 △배발생 △세포간 신호전달 △세포분화 △유전자 표현메카니즘 등 기초생물학 연구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이 분야는 그야말로 순수 기초 생물학 연구에 속한다. 연구 집단을 급조하여 몇 년간 일부 기관에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고 해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른바 ‘기초 원천기술’이라 함은 이 분야에서 주로 나오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십 년 이상을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고, 생물학과 기초 의과학 전반을 발전시키겠다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의 기초 의과학 투자 규모를 보면 올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예산이 300억 달러, 즉 우리나라 돈으로 35조원 이상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모든 예산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러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도 우리나라처럼 당장 산업화가 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급해 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 분야 연구자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과대학과 생명과학대학 등 기반 연구기관의 수준과 그에 대한 지원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하루아침에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둘째,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 이 또한 기초 과학기술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함의로 인해 현재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흐름은 역분화줄기세포, 또는 유도전분화능 줄기세포라고도 불리는 iPSC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완전히 분화한 성체세포에 역분화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를 삽입하여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서 일본이 원조다.

이제까지 성체세포를 역분화시키는 방법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서처럼 “체세포핵 이식 복제배아”를 만들어 일단 성체 세포핵을 배아 단계까지 돌려놓고 그로부터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것이었는데 iPSCs는 그러한 개념이 의미가 없도록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iPSCs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면 체세포핵 이식 복제는 동일한 유전적 개체를 만들기 위한 수의학적 복제 방법에만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성체세포를 역분화해 전분화능 또는 다분화능을 갖게 하려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이는 세포의 발생, 분화, 유전자의 발현, 유전자의 기능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에 비하면 일부 연구자들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단지 풍부한 재료(10만 여 개의 잔여배아와 이로부터 만든 몇 개의 줄기세포주)를 갖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연구 상황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어떻게 따라잡는가도 큰 관건이다.

셋째, 줄기세포연구의 효용은 다양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수많은 난관이 있다. 우선 치료를 위해서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배아 파괴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배양 과정에서 이종 바이러스나 병원체 등의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생물학적 안전성의 확보가 핵심이다. 여기 더해 유전병이 없다는 증명, 면역 거부반응,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형종 발생 등 종양화의 문제가 있다. 안전성을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세포치료제는 그 특성상 통상적인 전(前)임상-1상-2상-3상-4상으로 이어지는 임상시험의 단계를 밟기 어렵고 처음부터 환자에게 직접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피험자 선정과 동의,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의, 당국의 허가 등 문제가 깊이 있게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부실하면 국내에서 어찌 해보더라도 외국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을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해외로 수출할 수도 없다. 실질적인 연구능력 외에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감독, 관리, 승인 분야의 수준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제론’사는 척수마비 환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준비하다가 미국 FDA에 의해 중단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산업화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 치료제는 다른 치료적 대안이 없든지, 아니면 다른 대안에 비해 월등한 치료적, 경제적 효과를 거두어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다. 일례로 최근 국내 모 병원의 자회사들이 수혈목적의 혈구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제조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것이 설령 성공하더라도 헌혈이라는 값싸고 안전한 대안을 생각해볼 때 과연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공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무책임한 연구기관과 병원, 업체 등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겉으로는 ‘줄기세포 연구’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조혈모세포나 지방세포 추출 성체줄기세포 등 성체 줄기세포를 각종 질환 치료, 심지어는 미용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적용하려는 곳들이다. 상당수 국민은 배아, 역분화, 성체줄기세포의 구분과 그 임상적 의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줄기세포연구가 “첨단의학”이며 그 잠재성이 높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를 악용하여 비보험급여 의료행위 시술 또는 병원 홍보를 위해 ‘줄기세포’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 광고를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 회사의 주가 상승을 위해 ‘줄기세포’라는 명칭을 남용하는 개인과 회사도 적지 않다. 과거 한때 ‘원자력’이나 ‘유전공학’, ‘전자’, ‘컴퓨터’가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조장하여, 건전한 줄기세포 연구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필자는 배아-역분화-성체의 모든 줄기세포연구가 향후 의학과 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000억 원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성격과 의미를 잘 따져서 옥석을 가리는 태도도 중요하다. ‘줄기세포 붐’에 편승해서 당장의 이익과 눈앞의 성과만을 추구하는 태도는 이 분야의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된다.

줄기세포연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과학계 전반의 수준 △어려운 기술적, 윤리적, 사회적 쟁점을 자신감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국가 행정의 수준 △조급함과 무분별한 기대를 버리고 인내심을 갖고 과학계를 신뢰하면서 따질 것은 따지는 시민사회의 수준이 함께 가야 한다. 뒤의 두 가지는 단지 투자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러므로 줄기세포연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단기간에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급급하다면 이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8 June 2011

쿵푸팬더가 ‘유전자 신분증’을 가졌다면?

[KISTI의 과학향기]

2011년 06월 08일

“너는… 입, 입양됐다.”

이 말을 들은 쿵푸팬더 ‘포’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입양이라니! 충격을 감출 수 없는 포의 얼굴.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빵’ 터졌다. 당연한 사실을 믿고 있는 포와 거위 아빠의 오버액션 덕분이다. 하지만 입양 사실에 놀란 포는 상심에 빠졌다. 그리고 친부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말 개봉한 ‘쿵푸팬더2’는 쿵푸를 지키고,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포의 이야기를 그렸다. 거위를 친아빠로 알았던 포. 그가 만약 유전자 신분증을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DNA는 생물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염기로 구성된 이 물질에는 각 생물의 설계도가 담겨있다. 이것만 있으면 생물의 겉모습이나 전체가 없어도 원래 주인이 어떤 생물인지 알 수 있는 셈이다. 동물의 털이나 살점처럼 아주 작은 부분만 있어도 DNA를 추출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만든 ‘DNA 바코드’가 유전자 신분증이다.

쿵푸팬더 포와 같은 자이언트판다의 경우 이미 중국에서 만든 유전자 신분증이 있다. 저쟝대학 생명과학원에서 완성한 이 유전자 신분증에는 가족번호와 가족명칭, 성별, 나이, 유전자신분증 번호, 부모이름 등 비교적 자세한 정보가 기록돼 있다. 1996년과 1997년 자이언트판다의 배설물에서 DNA조직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 개발한 결과다. 만약 포가 자신의 털 하나를 뽑아들고 연구소를 찾았다면 자신의 정체와 부모까지 상세히 알 수 있었을지 모른다.

DNA 바코드 분석 과정.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다른 생물도 판다처럼 자신의 고유한 DNA 바코드를 가질 수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이미 2005년부터 생물종의 DNA 바코드를 만드는 ‘DNA 생물 바코드 프로젝트(Barcode of Life)’를 시작했다. 포처럼 ‘나는 누구인가’하는 의문을 가지는 생물에게 정체성을 찾아주려는 것이다.

지구의 모든 생물은 종마다 다른 DNA 염기서열을 가진다. 이 차이를 구분하고 분류하면 겉모습이나 세포 조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여러 생물 종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희귀생물을 보존하고, 품종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할 수 있다. 생물자원의 관리와 유통에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생물 바코드 컨소시엄(CBOL)’은 세계 45개국 150여개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학교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수목원 등 5곳이 참여하고 있다.

구렁이(Elaphe schrenckii, 왼쪽)와 DNA 바코드 증폭 확인을 위한 전기영동사진(오른쪽).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의 일부분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하면 나오는 고유한 코드가 나온다. 이를 사진과 설명, 과학적 정보와 연결시키는 게 DNA 바코드의 핵심이다. 이를 이용하면 범죄수사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립생물자원관은 DNA 바코드를 사건해결에 사용했다. 2011년 3월에는 멸종위기의 구렁이(Elaphe schrenckii)를 몰래 수입하려던 밀수업자가 붙잡혔다. 밀수업자는 구렁이 수백만 마리를 다른 뱀과 섞어 수입하려다 경찰에 잡혔고, 구렁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생물자원관의 DNA 바코드 분석결과 구렁이로 최종 확인돼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2010년에는 국내로 몰래 들어온 호랑이 가죽이 가짜임이 밝혀졌다. 가죽의 일부를 이용해 DNA 바코드를 분석하자 호랑이가 아니라 개(Canis lupus familiaris)라는 결과가 나왔다. 밀수범은 가짜 호랑이 가죽을 들여 비싼 값에 팔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에는 꿀벌 농가에 피해를 준 짐승을 알아내기도 했다. 현장에 남겨진 몇 가닥의 털에서 DNA를 추출, 분석한 결과 농장을 습격한 동물이 반달가슴곰(Ursus thibetanus thibetanus)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보조작이 불가능한 DNA 바코드를 이용하면 멸종위기의 생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생물의 종을 보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또 DNA 바코드로 어떤 생물이 어디에 사는지 파악하게 되면 생태계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 이는 더 다양한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짜 호랑이 가죽(a)과 DNA 바코드 분석에 쓰인 분석용 시료(b)(c)(d)(e)의 모습. 사진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

마침 국립생물자원관은 2011년 4월 말부터 야생생물의 DNA 바코드 확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1년 주요 생물자원 200종에 대한 DNA를 확보하고 2015년까지 5,000여종의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대한 DNA 바코드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태계 연구와 생물의 산업적 활용에 도움이 되려는 것이다.

‘쿵푸팬더2’에서처럼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생물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사는 생물 대부분이 이름도 모른 채 살다가 멸종되는 건 슬픈 일이다. DNA 바코드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5,000만종 이상의 생물에게 정체성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170만종, 이름조차 모르는 4,830만종 이상의 생물이 ‘이 땅에서 멋지게 살았노라’는 증명이 되도록 말이다.

결국 유전자 신분증(DNA 바코드)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3 January 2011

[문화칼럼/유종호]‘괴짜’ 많아져야 세상은 풍성해진다

2011년 01월 01일

연하장을 주고받는 시점에 매스컴이 벌이는 공통의 의식(儀式)이 있다. 한 해 동안의 큰 사건을 선정 보도하고 화제를 모은 인물과 세상을 뜬 인물을 돌아본다. 그러는 한편 분야별 전문가의 예측을 보도한다. 한동안 점성술사의 발언까지 보도하더니 요새는 뜸해졌다. 이러한 공적 성격의 행사와 거리가 먼 사사로운 행사를 구상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나의 문화적 대사건은 우선 노벨상과 관련된다. 톨스토이도 릴케도 조이스도 쿤데라도 못 탄 문학상을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벨상이 우리를 보는 타자 시각의 한 지표이며 국력의 반영이란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도 선전해서 모두 17명의 수상자를 낸 일본의 기록은 큰 사건이다. 정치색이 없는 편인 과학 분야에서 많은 수상자가 배출되었으니 착잡한 심정이다.

옛날처럼 ‘대국’ 행세를 하려 드는 중국과 특히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한참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 처지가 걱정스럽다. 경제적 도약 이후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7명의 기록은 우리의 국력을 가리키며 냉혹한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아시아 올림픽 2위는 물론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에 머물러 희희낙락할 처지가 아니다.

휴전 이후 상황 여전히 가혹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가혹하다. 휴전 이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 밑에서 살고 있다는 심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제 불발탄이 아니라 ‘국산’ 핵폭탄 밑에서 살게 되었다. 이 나이에 새삼 무섬을 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이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17명을 배출한 나라의 어린 세대보다 한결 열악한 상황에 있지 않은가.

문단에서는 요즘 인터넷 소설이 큰 화제다.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여 장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독자를 갖게 되고 수입도 괜찮다니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디어는 메시지가 아닌가. 냉골에서 냉수 마시며 머리띠를 두른다고 좋은 문학이 나올 리 없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다. 천금(千金)이면 죽지 않고 백금(百金)이면 감옥살이 않는다는 말도 있다. 모두 자본주의가 대두하기 이전에 생긴 말이다. 작가도 먹고살아야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본래 점성술사였다. 그러나 천문 관측 과정에 지동설을 알게 되었고 그 바람에 천문학자가 되었다. 케플러는 유능한 천문학자였으나 점성술사가 되었다. 점성술사가 위세도 있고 수입도 좋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연재는 결과적으로 케플러의 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는 젊은 세대에 애독자가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자임을 포기하고 점성술사가 되어 돈방석에 앉아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2010년에 세상을 뜬 인물을 선정한다면 우선 6월에 일본에서 작고한 손창섭을 꼽겠다. 고속발전을 이룩한 사회일수록 건망증이 심하다. 1950년대 암울한 시대의 사회사를 담은 수작으로 많은 애독자를 모았던 그는 부인의 나라 일본으로 이주했다. 기독교 계통 이단적 종파의 열렬한 신자가 되어 거리에서 전단을 나누어 주고 또 이따금 한국대사관 건물에 나타나 계단에서 통곡하기도 했다 한다.

그는 괴팍한 작가로 소문나 있었다. 누구에게도 주소를 알리지 않고 각별히 친한 이도 없었다. 그러나 냉소적인 작품 경향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대하는 태도만은 엄격했다. 그의 원고는 단 한 자의 오자도 없고 고친 흔적도 없이 정서되어 있었다. 글씨는 달필이면서도 단정했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다. 기행과 우국행동을 연출하여 광고효과를 내고 시장에서 실적을 올리는 것 같은 자가선전과 담을 쌓고 주변인으로 살다 갔다. 그 점에서 그는 예스러운 문학 순교자이기도 했다.

또 한 사람은 친구 귀띔으로 최근 알게 돼 찾아 읽으려는 고무로 나오키(小室直樹)라는 일인이다. 소련이 경제 시스템의 결함으로 붕괴한다는 취지의 ‘소비에트 제국의 붕괴’란 책을 1980년도에 내서 알려지게 되었다. 학부 때 수학을, 미국에서 폴 새뮤얼슨 밑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귀국한 후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등 사회과학을 통합하는 거대이론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TV나 전화도 없는 하숙에서 고정 수입 없이 연구에 전념하다 갔다는 것이다.

관행에 얽매여서는 발전 없어

에릭 홉스봄은 소련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점에 역사가로서의 자괴감을 표시했다. 20세기 말에 사회주의로 남아있을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말한 저널리스트가 유일하게 선견지명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를 비롯해 주도적 서구 지식인들이 중국 공산당 자체가 부정하게 되는 문화대혁명을 찬양해서 청년들을 오도한 비극적 사실을 감안할 때 고무로 같은 이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손창섭, 고무로 같은 괴짜 작가나 학자가 많이 나와야 문학도 학문도 깊어질 것이다. 연구자들을 소규모 논문 작성에 매어두는 관행을 철폐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노벨 과학상 수상의 가망은 없다.

유종호 문학평론가·전 연세대 특임교수

10 December 2010

스웨덴 노벨주간의 하이라이트 ‘강연회’ 가보니

“노벨상 과학자에 직접 배우자” 대학생부터 노인까지 몰려와

2010년 12월 10일

8일(현지 시간) 오전 스웨덴 스톡홀름대 아울라 마그나 대강당. 이른 시간인데도 강당 입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8시 40분 강연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부터 양복 차림의 지긋한 노인들까지 120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웠다. ‘노벨 주간(Nobel Week)’의 하이라이트인 ‘노벨 강연(Nobel Lecture)’을 듣기 위해서다.

●○ 6일부터 ‘노벨 주간’ 시작

노벨재단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상 시상식을 연 뒤 시청으로 자리를 옮겨 스웨덴 국왕이 주재하는 만찬을 연다. 이날 스톡홀름의 노벨상 열기는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이 노벨상의 ‘마법’에 빠지는 것은 노벨 주간이 시작되는 6일부터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1901년부터 시작된 전통에 따라 이 무렵부터 스톡홀름의 랜드마크인 그랜드 호텔에 머물며 기자회견과 대중강연을 하며 바쁘게 보낸다.

7일 오전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공동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취재진 150여 명이 몰려 노벨 주간의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특히 올해 두 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에서는 30여 개 매체가 찾아왔다. 가쓰다 도시히코 아사히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10월 6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가 선정됐을 때 비행기를 타고 바로 퍼듀대로 갔다”며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수상자들은 ‘노벨상을 타기 위한 조건이 뭐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창의성, 유머, 끈기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자유롭고 엉뚱한 생각이 도움이 되며 노벨상 수상을 목적으로 연구하면 오히려 상을 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3년 전부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노벨(Noble)에서 ‘N’을 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화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헤크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도 “(노벨상을 타겠다고) 계획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았더니 저절로 타게 됐다”고 말했다.

● ‘노벨 강연’의 참맛은 쉽고 재미있게

노벨 강연의 특징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노보셀로프 박사는 “그래핀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 뒤 미국에는 ‘그래핀 거리’가 등장했고 미국 시트콤인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에서도 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방송됐다”고 말해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강연 뒤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명예소장으로 있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 그래핀센터를 내년 2월 방문해 한국 연구진과 연구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창의성, 유머, 끈기"라는 말이 와 닿는다.

여하튼... 옮겨 모으는 주제에 할 말은 없지만 언제부터 과학동아에 광고가 덕지덕지 붙었지? 공짜로 보면서 불만은... ㅡㅜ

30 November 2010

[동아광장/정재승]학자들의 천국, 학자들의 지옥

2010년 11월 30일

미국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는 아인슈타인이 인생의 마지막 연구열을 불살랐던 연구소다. 쿠르트 괴델, 브누아 망델브로, 요한 폰 노이만, 프리먼 다이슨 등 걸출한 과학자를 세상에 배출한 지성인의 놀이터였던 이곳에서 지금도 에드워드 위튼 등 초끈이론의 대가들이 모여 현대과학의 최전선을 만들고 있다.

지적 호기심 넘쳐나는 프린스턴硏

과학저술가 에드 레지스가 쓴 ‘누가 아인슈타인의 연구실을 차지했을까?’(2005년·지호)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백화점 사업으로 큰돈을 번 루이스 뱀버거와 그의 누이 캐럴라인 뱀버거 펄드가 주식을 판 후 대규모 기부활동의 첫걸음으로 지었다.

뱀버거 남매는 당시 의과대학 시스템에 박식했던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를 찾아가 의과대학을 짓겠다며 도움을 청하는데, 그들이 의기투합한 곳은 대학이 아닌 연구소였다. 지원은 있으나 의무는 없으며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학문적 열정만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과학자들의 에덴’을 짓기로 결정했다.

1930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순수이론과 기초과학의 산실로서 지금까지 14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20여 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과학자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연구소’로 오랫동안 자리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이 썼던 방을 쓰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서로 자신이 천재라고 믿는 이 시대 걸출한 지성인들을 옆방 연구원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에 가면 누구나 시들했던 학문열정이 다시금 용솟음치게 된다.

어떻게 이 연구소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을까. 뱀버거 남매와 플렉스너의 철학은 간단했다. 학자들에게 천국을 만들어주면 창의적인 연구 성과가 절로 나오리라 믿었다.

학자들이 바라는 천국은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공간’이 아니다. 연구소가 지적인 자극으로 넘쳐나고, 날마다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고 치열하게 비판받는 곳. 다양한 시도를 격려하고, 의미 있는 실패가 용납되며,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곳. 승진이나 월급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호기심과 학문적 열정만으로 평생 연구를 수행하는 곳이다.

논문이 아니더라도 연구의 결과물이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기여하면 기꺼이 지원받을 수 있는 곳. 영감어린 토론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의 출근이 기다려지는 곳. 어찌 이런 곳에서 지적으로 나태할 수 있겠는가!

레지스의 책을 읽은 후로 이 연구소는 나의 ‘꿈의 연구소’가 되었다. 나는 날마다 꿈을 꾼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연구소가 하나쯤, 아니 딱 하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꿈을 조심스레 선배 교수에게 고백하니, 그가 내게 조언한다. “나는 학자들의 천국은 바라지도 않아. 지금의 지옥에서만 탈출할 수 있게 해줘!”

연구실적 요구하는 한국의 현실은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연구소를 기획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 세금으로 학자들의 천국이 웬 말인가. 평가가 사라진다면 과연 학자들이 연구를 열심히 할지 못미더워할 것이며, 이 제도를 악용해 연구비를 남용하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학자들을 색출할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학자들에게 연구비는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허락된 교부금(grant)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용역비에 좀 더 가깝다. 과학이란 우주와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 탐구가 아니라 국가가 발전하는 데 기여해야 할 성장동력으로만 간주되는 이상 기초과학연구소라도 원천기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공무원들은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평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호기심으로 연구를 해온 역사가 훨씬 더 길며 인센티브가 없어도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학문적 욕심도 강하다. 그들을 격려하고 더욱 고무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나태한 학자에게 채찍을 가할 궁리를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실제로 연구평가를 다음 연구비 수혜를 위한 고려사항으로 미룬다면 제도를 남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선진국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에겐 ‘20세기형 뛰어난 관리자’ 같은 과학자가 아니라 ‘21세기형 창조적 리더’ 같은 과학자가 필요하다. 학생이라는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기대목표를 만족하는 성과 중심형 관리자가 아니라 학생의 자발적 창의성을 끄집어내 함께 꿈을 실현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인간가치를 깨달은 리더’가 필요하다.

학자는 시시포스처럼 형벌 같은 연구의 수레를 돌릴 때보다 지적인 놀이터에서 어린아이처럼 놀 때 창의적인 연구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 학자들이 꿈꾸는 학교이자 연구소다.

‘학자들의 천국’은 그 혜택을 과학자들에게 한정하지 않고, 경쟁주의와 성장주의로 끊임없이 압박받는 삭막한 ‘우리 삶의 터전과 일상’도 천국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7 April 2010

크레이그 벤터, 생명과학계의 진정한 이단아

사진 한 장에 담긴 과학자의 삶

2010년 04월 05일

지난 2007년 벤터 박사는 자신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를 논문에 발표해 공개했다. 벤터의 염색체.출처:PLoS Biology

얼마 전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김성진 원장을 만났다. 김 원장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자신의 개인 게놈을 해독, 공개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김 원장이 요즘 크레이크 벤터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며 기자에게도 시간이 있으면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 뒤 회사로 돌아와 책장을 훑어보니 벤터의 자서전 ‘게놈의 기적’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자서전을 보기 전까지 기자는 벤터가 다소 야비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셀레라 게노믹스란 회사를 만들어 인류의 자산인 인간염기서열을 특허대상으로 하고 인간게놈초안을 먼저 만들겠다고 인간게놈프로젝트 컨소시엄이 공개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서전을 보니 오히려 비겁했던 사람들은 컨소시엄 측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벤터가 개척한 혁신적인 실험방법들이 인간게놈해독을 앞당겼을 뿐 아니라 비용절감에도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한 사실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벤터의 삶의 여정이었다. 1946년생인 벤터는 어린 시절 개구쟁이였고 사춘기가 지나서는 통제 불능의 삶을 살았다. 결국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벤터는 월남전에 참전하는데 3년 동안 생사를 넘나든 경험은 그가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고교 성적이 워낙 안 좋았던 벤터는 제대한 뒤 전문대를 거쳐 일반대학에 편입했고 1975년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등생으로 곱게 자라 탄탄대로로 학위를 받은 많은 연구자들과는 달리 벤터의 이런 인생역경은 기존 방법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개척자의 태도로 이어졌다. 벤터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있으면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발현서열꼬리표(EST) 방식을 개발해 유전자를 대량 발견하는 길을 열었다. EST는 유전자가 발현된 mRNA를 주형으로 역전사를 시켜 cDNA를 만든 뒤 그 서열을 분석해 유전자를 밝히는 방법이다.

그 뒤 우여곡절을 거쳐 인간게놈을 분석하는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이때 개발한 방식이 바로 산탄총 염기서열 분석법(shotgun sequencing)이다. 게놈을 마구잡이로 조각낸 뒤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컴퓨터가 재구성해 게놈 전체의 염기서열을 알아내는 산탄총 염기서열 분석법은 일종의 거대한 조각퍼즐(무려 2600만 개!)이다. 반면 인간게놈프로젝트 컨소시엄의 경우 게놈의 지도를 그려놓고 하나하나 염기서열을 분석해가는 방식이었다.

안 될 거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벤터는 산탄총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인간게놈을 분석했고 그 뒤 이 방법은 게놈 연구에 널리 쓰이게 됐다.

한편 벤터는 2007년 자신의 개인 게놈을 분석해 공개했다. 세계 최초로 밝혀진 개인 게놈이었다. 현재 벤터는 비영리연구소인 J.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를 차려 합성생물학 연구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도 인간게놈 연구결과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누가 최초로 한국인 게놈을 해독했느냐를 두고 말도 많았고 상대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다. 제로에서 출발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게놈해독에 성공한 벤터의 입장에서는 자신 같은 선구자들이 확립해 놓은 연구방법으로 사실상 ‘시간과 돈’만 있으면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서 내가 먼저니 네가 먼저니 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우리나라에서도 벤터처럼 진정 혁신적인 과학자가 나타나 세계의 주목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9 September 2009

“학습 등 동기 유발 뇌 부위 첫 확인”

‘WCU 육성’ 고려대서 강의하는 교육심리학 석학 존마셜 리브 교수

2009년 09월 09일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설문이나 인터뷰, 관찰 등으로 파악하던 심리현상을 생리학적 반응으로 직접 관찰하는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인간을 더욱 심층적이고 근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의 하나로 이달부터 고려대에서 연구와 강의를 시작한 미국 위스콘신대 교육심리학과 존마셜 리브 교수. 7일 오후 만난 그는 교육심리학과 신경생물학의 융합으로 탄생할 ‘신경교육학’의 의의를 이렇게 말했다.

동기와 정서 분야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리브 교수는 앞으로 5년간 고려대 교육학과의 봉미미, 김성일, 홍세희 교수와 함께 ‘동기 및 정서에 관한 학제 간 융합 연구’를 수행한다. 그의 저서 ‘동기와 정서의 이해’는 프랑스어권과 스페인어권 대학의 교재로 쓰이고 있다.

리브 교수의 최신 연구 분야는 인간의 동기에 관한 연구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와 체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을 통해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이는 신경과학자들이 뇌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을 교육심리학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싫어하는 책을 읽을 때를 상상해 보라는 주문을 한 뒤 뇌 반응을 관찰하는 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경과학 연구방법 도입해인간의 마음 심층적 이해로 좋은 학습방법 찾을 것

그는 내재적 동기와 관련된 뇌 부위를 발견했다. 그는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의 동기에는 상벌에 의한 외재적 동기만 있다고 봤지만 최근 내재적 동기를 담당하는 뇌 부위가 도피질(Insular cortex)임을 한국인 제자와 함께 밝혀냈다”고 말했다.

내재적 동기는 흥미와 관심, 자율성 등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외부 환경에 의한 외재적 동기보다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성취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어 “내재적 동기의 존재를 신경과학을 통해 명확히 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더 좋은 학습과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요나 억압을 받는 상황에서 혈액 내 코르티솔의 함량이 높아지면 지적 능력의 둔화가 일어난다. 리브 교수는 최근 이 코르티솔이 동기 유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억압이나 강요에 기반한 지도 방식을 채택한 교사나 부모 아래서 학습하는 학생들이 쉽게 포기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코르티솔의 함량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높은 성취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동기 수준을 보이는 한국 학생들의 특성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높은 성취를 보이면 동기 수준과 행복감이 높아야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관심을 두고 2004년 한국에 와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부인인 위스콘신대 교육심리학과 장형심 교수의 권유로 5년간의 WCU 연구가 끝나더라도 고려대에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허진석 동아일보 기자 jameshuh@donga.com

8 July 2009

“미래형 교과과정 개편안 개탄스럽다”

수학·물리·화학회, 과목 선택권 강조…수학·과학 교육 파행 우려

2009년 07월 03일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의 연합 모임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기과협)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래형 교과과정 개편안’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기과협은 3일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추진하는 미래형 교과과정이 수학·과학 교육 강화보다는 학생의 선택권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입안되고 있다”며 “기과협과 충분한 대책을 수립한 후 수학·과학 교육과정 개편을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2011년부터 적용한다고 밝힌 미래형 교과과정은 △교과군 수를 영역별·수준별로 재편성해 축소하고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현행 10년(초1∼고1)에서 9년(초1∼중3)으로 1년 단축해 고교는 전 학년 선택 중심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며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의 최대 응시과목 수를 현행 4과목에서 2과목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기과협이 문제 삼은 건 고교 전 학년을 선택과목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부분이다. 현재는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이과생은 고2부터 수학과 과학에서 일부 과목만 선택할 수 있다. 학계·교육계의 다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선택 중심의 교육과정이 기초과학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줄기차게 제기해왔다.

현재 수학의 경우 이과생은 수학I과 수학II가 필수이지만, 미분과적분·확률과통계·이산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해 배운다. 문과생은 미적분이 빠진 수학I 과목만 이수한다. 6차 교육과정 때보다 학습의 범위와 양이 줄어든 가운데 일부 대학마저 문과생 수준으로 공부해도 입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면서 부실 교육 논란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007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77개 4년제 대학의 2007년도 공대 정시 합격자 중 수학I 과목만 선택한 학생은 60%가 넘었다. 이는 미적분도 모르는 이공계 신입생이 과반수가 넘는다는 의미다.

과학의 경우 이공계 전 분야의 기초인 물리 교육의 부실이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현행 7차 교육과정에서는 물리I, 화학I, 생물I, 지구과학I, 물리II, 화학II, 생물II, 지구과학II 등 모두 8과목에서 4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다. ‘I’ 과목은 기본과정, ‘II’ 과목은 심화과정에 해당한다. 최근 5년간 수능 과학탐구의 선택과목별 응시자 비율에 따르면 화학I과 생물I이 90% 내외, 지구과학I과 물리I이 55~60%였다. 물리II는 줄곳 10% 미만이었다. 물리I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이공계에 진학한 신입생이 40%가 넘는다는 뜻이다. 대학교수를 비롯한 교육계 전문가 다수는 고교 과정에서 물리I은 물론 물리II에 나오는 내용까지 알고 있어야 정상적인 이공계 대학 교육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기과협은 이같은 폐해를 양산한 7차 교육과정을 실패한 교육과정으로 규정했다. 기과협은 성명서에서 “완전히 실패한 7차 교육과정을 구상했던 당사자들이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7차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포장만 바꿔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또 다시 제시했다”며 “‘부분만 뽑아서 배우면 안되는 내용’들을 (교육과정을 통해) 선택적으로 공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과협은 이어 “고교 수학에서 필요한 내용은 논리적 위계를 따라 모두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 어떤 단원은 배워도 되고 어떤 단원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기초 물리는 배우지 않고 기초 화학만 배운다든지, 또는 그 반대로 하는 것은 이공계 기초 교육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기과협은 또 소수의 영재가 아니라 전체 학생의 20~30%를 대상으로 양질의 수학·과학 교육을 하는 선진국의 사례들을 언급했다. 기과협은 “흔히 공교육의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조차 고교 3년 동안 수학을 필수이수과목으로 규정한 주가 32개 주, 과학은 28개 주나 된다”며 “선진국에서는 수학·과학을 ‘어렵지만 반드시 배워야 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공교육에서 점차 강화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기과협은 미래형 교과과정의 졸속 추진도 비판했다. 2007년에 공포된 새로운 교육과정(7차 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도입돼 2012년 초중고 전 학년에 적용될 예정으로 이미 교과서까지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이 왜 갑자기 등장하냐는 질책이다. 기과협은 “별다른 배경 설명도 없이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을 불쑥 준비하고, 언론에 발표까지 하는 작금의 상황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기과협은 이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획일적 4분법에서 벗어나 물리와 화학을 합친 ‘물리과학’을 신설, 필수이수과목으로 지정하고 과학 각 교과목의 이수단위를 10단위 이상으로 보장하며 초등 고학년 과학은 과학전담교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기과협은 “‘수학·과학교육 강화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과협과 함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

요새 과학교육계의 핫 이슈... 공청회도 하루 전날 갑자기 연기됐던데...

대체 왜그렇지? 요새 정신이 없다.

24 July 2008

“과학문화재단, ‘과학창의재단’으로 9월 확대개편”

“과학문화재단, ‘과학창의재단’으로 9월 확대개편”
- 정윤 이사장 과실연 조찬모임서 밝혀


과학문화재단이 오는 9월 ‘과학창의재단’으로 새롭게 발족한다. 정윤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6월 11일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과실연(상임대표 민경찬) 조찬모임에서 “과학문화재단이 그동안 해온 사업 외에 창의적 인재육성과 수학과학교육과정의 개선 등 새로운 역할을 추가해 재단을 확대 개편하기로 교과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9월경 과학재단 교육과정평가원 등의 일부 인력과 예산 등을 과학문화재단으로 가져와 ‘과학창의재단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학창의재단은 현재 대치동 건물 외에 창경궁 부근의 서울과학관 건물도 창의적 인재육성 사업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정윤 이사장은 새 단장 하게 될 ‘과학창의재단’의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과학문화재단’이 추진 중인 국민의 과학기술 이해 증진 및 과학기술문화 연구 등의 기능은 유지된다. 여기에 추가되는 기능들로 과학기술 문화 창달 및 연구, 과학교육과정 및 창의적 인재육성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창의적 인재 교육 전문가 육성˙연수 지원 등이 있다. 또한 과학기술 및 창의적 인재육성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과학창의재단’의 ‘창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창의적 발상에서 창의가 일어나고 그것이 창조로 이어지는 것이다”라면서 “‘창의’가 단순한 개념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활약중인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를 예로 들면서 “박지성 선수의 개인적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가 활약중인 맨유의 퍼커슨 감독과 프리미어리그라는 축구 인재들이 가득한 공간 등 훌륭한 ‘장(場)’이 있었기에 박지성 선수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면서 “과학분야의 창의적 인재들을 위한 ‘과학의 장(場)’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학과 과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학과 과학 교과과정 편성에 있어서도 과학기술 관련자뿐만 아니라, 경제나 문화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과학자들만의 의견이 아닌 일반인과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문을 열어 과학의 장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과학문화재단이 새롭게 변화하는 만큼 참석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홍대길(사이유)대표는 “창의가 있으면 비창의도 있다”면서 “창의를 강조하다보니 자칫 엘리트 중심적이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보편성 보단 수월성 위주가 되는 거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국민들에 대한 보편성을 없애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엘리트 중심이 아닌, 청소년이나 과학자, 일반인 등 모든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공주복 이화여대 교수(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장)는 “창의적 인재육성을 논하기 이전에 초등학교에 과학전문교사를 배치하는 문제부터 생각해보라”고 주문했고 정이사장은 “초등학교에 과학교사가 없는 줄은 몰랐다”며 검토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과학창의재단’에 대한 얘기 외에도 정 이사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과학기술동향과 과학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언급했다.
정 이사장은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 산업 뿐만 아니라 스포츠, 문화 예술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1등으로 거듭나야 됨을 우선 강조했다. “현재 세계경제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런 우려 속에서도 선진국들은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덧붙였다.
지구와 인류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다. 고유가 시대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자원 문제와, 지구온난화, 식량문제, 핵˙미사일 감축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리고 과학기술분야 발전을 위해 인력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특히 “과거엔 국제사회가 종교나 전쟁, 이념 등이 주된 이슈였다면 지금은 세계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런 세계 분위기 속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정치나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과학 인력들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지원이 과학분야의 발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을 위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에대한 답으로 정 이사장은 ‘차기 과학 발전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정부와 민간, 그리고 대학이 연계되는 R&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정부주도 아래 이뤄진 경제성장 정책들과 함께 과학의 양적 발전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양적 발전(Hardware)과 더불어 질적 발전(Software)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를 마친 후엔 참석자들의 질문과 코멘트도 이어졌다.
조명제 회원은 “우리나라는 인력과 예산 모두가 부족하다”면서 “선진국들처럼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연구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유망한 분야고, 실용화 될 수 있는지 나라가 선택해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미래과학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면서 “미국은 35%, 일본은 15%, EU도 15% 정도 기술산업에 국가 역량을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3% 수준이다. 따라서 선진국보단 적은 예산이지만 국가가 R&D사업을 조정하고 선택할 분야를 선정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영숙(KIST)박사는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공계 영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이미 교육개발원이나 국가차원에서 영재교육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중이다”면서 “그동안의 영재교육이 선행학습 차원에서 생각됐다면, 앞으로는 심화학습 측면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며 영재교육 개발 프로그램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경찬 과실연 상임대표(연세대 대학원장)는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과학기술계가 과학기술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라면서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 과학기술만의 관점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도 필요한 만큼 '과학창의재단'이 과학과 비과학계의 소통과, 과학문화를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과실연이 출연연과 대학의 통합, 고유가 행진 속에서 에너지위기의 해결방안 등에도 관심을 갖고 앞으로 대안제시 및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선 과실연 웹진 기자(webzine@feelsci.org)

26 March 2008

[열려라공부] 과학 관련 글 두루 읽고 기록 남겨보자

“과학의 대중화는 물론 과학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체계적인 과학 글쓰기 교육이 중요합니다.”

정재승(바이오 및 뇌공학과) KAIST 교수는 과학 글쓰기 분야의 ‘전도사’라 할 만하다. 여러 매체에 과학 칼럼을 꾸준히 쓰면서 대중과학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등을 펴낸 것은 글쓰기가 과학 분야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 글쓰기는 비판적 사고와 논증적 추론을 통해 정확한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지적 활동이기도 하지요.”

정 교수는 그래서 과학 글쓰기가 중·고교 과정의 필수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학설을 외우고 정답을 맞히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비판·재창조하게 하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글을 써나가면서 주제의 명확성·글의 체계성·예제의 적절성·논지의 논리성·인용의 정확성·표현의 다양성 등을 점검하다 보면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진다는 말이다.

“요즘은 각종 과학경시대회나 과학 영재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정답 맞히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결과보다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에 더 주목합니다. 글쓰기는 그런 과정에서 매우 유용합니다.”

그가 글쓰기 과정을 졸업 필수과목으로 정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 글쓰기를 이공계 필수과목으로 정한 서울대, 박사과정 교양과목에 과학 글쓰기를 개설한 영국 웨일스대 등을 사례로 제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 교수는 “과학 교양서·신문의 과학 칼럼·과학 잡지 등이 점점 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며 “과학 분야의 글을 쓸 때는 새로운 과학적 시각으로 기존의 사물과 사회 현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흥미 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중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문용어는 피하되 사용할 땐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수식은 적절한 예제나 비유로 바꿔 설명하기 ^문장은 짧고 명쾌하게 쓰기 ^핵심은 앞머리에 제시하기 ^요점 파악이 쉽도록 단락 활용하기 ^과학지식은 정확하게 인용하기 ^실험 결과는 쉽게 풀어쓰기 ^대중적 흥미와 사회적 의미를 가진 소재 선택하기 등을 제시했다.

“자녀의 과학 글쓰기 훈련을 위해서는 과학저널, 과학도서와 칼럼을 많이 읽혀야 합니다. 독서한 뒤에는 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그 내용으로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 좋습니다. 모르는 것도 재확인하고 생각도 정리되거든요.”


박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