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계 28일 별세한 故 김영정 서울대 교수 추모
2009년 07월 29일
28일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철학과 교수)의 갑작스런 타계에 인지과학계는 안타까움에 빠졌다.
전 한국인지과학회장을 지낸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는 29일 지인들에게 보낸 e메일 서신에서 “정말 좋은 학자가 행정 일에 매여서 학문적 탐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보면서 국내 대학의 학생 선발 구도를 설계하는 일이 학문적 발전에 과연 우선하는 일이었는지 의심하게 됐다”며 “한국의 인지과학계는 좋은, 가능성이 많은 학자 한 분을 잃었다”며 애석해했다.
고인은 뇌 연구가 전무하던 1986년 대우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지과학 공동연구모임 설립을 주도했다. 당시 미국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막 받고 돌아와 외대 교수로 활동하던 고인은 해외 연구 동향을 누구보다도 많이 알던 학자로 손꼽혔다.
고인은 격주 주말 저녁마다 열린 토론회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던 용어를 통일하는 한편 학제간 연구의 가능성을 찾는데 큰 자극제가 됐다고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기억한다. 이 교수는 “명쾌한 분석적 사고와 해박한 심리철학 지식을 갖고 있던 몇 안 되던 연구자였다”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주장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촉망받던 학자”라고 회고했다.
1987년 한국인지과학회가 결성되면서 고인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매월 열리는 인지과학 월례회를 비롯해 인지과학회 학술모임이 잇따라 결성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고인은 인지과학 불모지를 극복하기 위해 출판에도 매달렸다. 1987년 인지과학 분야의 입문서 격인 ‘인지과학입문’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판부에서 출간되자마자 이를 번역해 인지과학계와 학생들에게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뒤 번역한 ‘표상과 실재’를 비롯해 직접 지은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언어 논리 존재’ 등 저서는 철학과 인지과학을 연결한 계기를 만든 학술 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인은 한국 학생들의 분석력과 논리적 사고를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도 앞장섰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논리 교실 필로지아’ CD는 지금도 인지과학자들의 애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2년 한국인지과학회장에 선임된 고인은 한국인지과학회 행사를 최초로 지방인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누구보다도 지방 학술 진흥에 관심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정년을 앞두고 있는 이 교수는 “3년 전 나중에 뇌와 몸과 환경의 통합적 연결 활동을 함께 연구해보자는 얘기를 끝으로 고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학교 보직을 끝내면 함께 연구를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더는 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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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다.
아....
30 Jul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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