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February 2011

숨쉬기만 해도 전기 만들고…목걸이 정수기로 편하게…

한국연구재단 지원 ‘미래상품’들

2011년 02월 25일




‘그냥 숨만 쉬었을 뿐인데 전기가 만들어진다?’ ‘여행 중에 물을 잘못 마시면 배탈 나는데, 휴대용 정수기 없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과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황당한 연구로 비칠 수 있지만 이러한 시도가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성실 실패’를 인정하는 한국연구재단의 도움을 받아 ‘모험연구’에 뛰어들었다.

● 몸이 발전기, 옷은 배터리

김용준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인체에너지변환 융합연구단’은 몸에서 발생하는 각종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옷에 저장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이 숨을 쉴 때 흉부가 움직이는 힘, 팔이나 다리를 구부릴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 등을 ‘압전소자’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된다.

김 교수는 “옷에 주름이 생기는 부분은 모두 힘이 작용한 부분”이라며 “압전소자를 얇게 만들어 옷에 넣으면 이런 힘을 모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움직이는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체온 변화를 이용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온도 차에 의해 전류가 발생하는 ‘열전소자’를 옷에 넣어서 미세한 체온 변화나 바깥 공기와 몸의 온도 차를 전기로 만들 계획이다.

문제는 이렇게 긁어모은 에너지의 양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사람 한 명이 압전소자나 열전소자가 들어 있는 옷을 입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는 20mW(밀리와트·1mW는 1000분의 1W)로 1W 전력을 소모하는 스마트폰 한 대를 작동시키기에도 부족한 양이다.

김 교수는 “전자기기의 전력 소모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미래에는 정보기술(IT) 기기의 전원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옷에 저장한 에너지를 꺼내 쓰는 기술도 어려운 과제다. 김 교수는 “화학공학, 재료공학, 운동생리학, 의류학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다”며 “3년 뒤에는 특허를 내고 2020년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원 광주과학기술원 교수팀이 개발한 정수 장치. 내부에 들어가는 막과 펌프를 100분의 1 크기로 축소시켜 목에 걸 수 있는 휴대용 정수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 목걸이 정수기

조재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교수는 요즘 간단히 손잡이만 돌리면 언제 어디서든 물을 정수해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 목걸이를 구상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미 3년 전부터 케냐, 아이티 등 제3세계 국가에 정수 장치를 공급해왔다. 구멍이 수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얇은 막으로 물속 불순물을 걸러내는 장치다. 발로 페달을 돌려 펌프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전기가 없어도 문제가 없지만 소형 냉장고 크기다.

조 교수는 “정수 장치에 들어가는 막과 펌프의 크기를 100분의 1로 축소하면 목걸이 정수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막의 구멍이 미세해 보통사람들이 세척하기 어렵다는 문제만 해결하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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