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April 2008

영국발 `인간+소` 이종배아 후폭풍, 한국은?

최근 영국 연구팀이 소 난자에 인간의 DNA를 삽입한 이종배아를 만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 때문에 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간 수정 및 배아에 관한 법률’이 종교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은 이종배아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통해 이종배아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이미 틀었다.

◇ 소, 사람을 만나다

지난 1일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팀이 암소 난자에서 유전 물질을 제거한 뒤 사람의 피부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주입해 이종배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생성된 이종배아는 인간 특성이 99.9%, 동물 특성이 0.1%로서 3일 동안 생존했다. 영국 연구진에 따르면 배아가 6일 동안 생존하면 줄기세포 추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이종배아 연구는 파킨슨병, 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의 연구와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많은 과학자와 환자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영국 정부도 올 1월 '인간 수정 및 배아관리국'을 통해 이종배아 실험을 승인했지만 가톨릭 교계는 강한 반대를 표명해 다음달 '인간수정 및 배아법'에 대한 논의의 향방으로 관심이 모이고 있는 실정이다.

◇ 과학계 '연구는 연구일 뿐'

과학계는 이번 이종 간 체세포 핵 이식행위, 즉 이종배아 연구로 '반인반수'의 출현을 걱정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미래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교수는 "이종배아는 원천적으로 반인반수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못박았다.

황우석 박사가 연구했던 동종 간 체세포 핵 이식은 여성의 자궁내 개체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이종 간 체세포 핵 이식은 원천적으로 개체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박 교수는 "영국 연구진이 한 일은 이미 7년 전에 우리 기술진도 성공한 부분"이라며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경직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 과학계 인사는 "생명공학의 역사가 20~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종교단체나 시민단체가 오늘에 맞는 생명윤리의 발전 단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영국과 한국이 이종배아 연구에 대해 내린 결정에서 기인한다. 영국은 이종배아 연구를 법제화해 관리하려 하고 한국은 새 개정안을 통해 금지하려 하기 때문.

◇ 종교계 '인간이 가장 중요, 존엄성 지켜야'

이번 영국의 이종배아 연구를 바라보는 종교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파킨슨병, 당뇨병 등 난치병 치료에 대한 연구는 다른 방식으로 가능한 일인데 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느냐는 입장이다.

가톨릭대학교 의대 이동익 교수는 "성체줄기세포 역분화를 통해 충분히 난치병 치료 연구 등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인간의 지나친 호기심과 욕심 때문에 빚어낸 결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그런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비극"이라며 "인간이 그 자체로 목적이 돼야지 수단으로 전락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96년 세계 최초로 복제 양 '돌리'를 만든 영국 이든버러대 재생의학연구소장 이언 윌머트 박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배아줄기세포 만드는 길을 포기했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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