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April 2008

난자기증자, "난자매매"vs"실비보상" 논란

국회 상정된 생명윤리법 개정안 인권 논란
[메디컬투데이 류광현 기자] 난자제공자의 실비 보상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난자 매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총선 이후 17대 국회의 법적 임기가 남아 있는 5월 말 전에 임시국회가 열릴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난자기증에 대한 보상'은 황우석 사태 때 정부가 비판했던 난자매매 문제를 정부 스스로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놓고 개악이라 비판하고 있지만 정부는 과잉반응이라는 입장이다.

◇ 난자매매 논란의 행적

난자 매매 논란은 2006년 3월 황우석 박사의 연구논문 조작 사건으로 불거졌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발표한 황우석 연구의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최종보고서에서 연구에 쓰인 난자가 2221개에 이르며 이 중 난자제공자에게 현금지급 등 매매된 경우가 총 100회였다.

또 당시 난자를 제공했던 황우석 연구팀의 여성 연구원 2명에 대해 종속관계를 이용한 강압성이 인정됐고 난자 제공자에게 난자 제공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했다.

결국 황우석 사태 때문에 1년 넘게 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고 그 동안 윤리계와 과학계의 절충 끝에 2007년 3월 제한적 허용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생명윤리위원회는 1년 간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내놓기 위해 협의를 거쳐 정부의 생명윤리법 전부개정안과 박재완 의원이 제출한 일부개정안을 합친 수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 종교계, "사실상 난자 매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난자 제공자에 대해 실비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계와 시민단체 등은 연구용 난자 제공과 관련해 실비 보상은 사실상 난자 매매를 합법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동익 교수는 "처음에 심의위원회에서 연구용 난자를 채취하지 말자는 것을 골자로 세포복제 연구에 대해 제한적 허용을 개정안으로 의결했다"며 "그런데 연구용 난자 채취를 포함한 박재완 의원의 개정안도 받아들여 1년 협의가 쓸모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실비 보상을 하게 되면 황우석 사태 때 정부가 비난했던 난자매매 행위를 이제 정부가 합법화시키는 꼴"이라며 "정부가 생명윤리보다 생명공학 발전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비 보상은 주로 교통비, 숙박비 등 상식적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여성의 경우 충분히 난자 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대표는 "하루 10만원씩 난자 기증에 필요한 15일이면 합계 150만원"이라며 "전례가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하고 실비 보상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매매냐, 실비 보상이냐

이번 개정안이 난자매매를 부추긴다는 주장에 보건복지가족부는 아직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피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실비 보상의 규모에 대해서도 상식적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정태길 사무관은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제공자에게는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영국, 프랑스 등 외국사례를 조사해 교통비, 숙박비, 전화비 등 상식적인 수준의 실비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비 보상을 매매로 보느냐, 실비 보상으로 보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한익 교수는 "헌혈만 해도 주스, 과자 등을 제공하듯이 교통비 같은 실비 보상은 정상적인 부분이라고 본다"며 "생명윤리 문제에서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합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 과학계 관계자는 "학문적인 입장에서 난자를 이용한 연구가 필요한 측면에 대해 이해한다"며 "그러나 현재의 기술로는 성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난자를 채취하는 일은 무모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계 관계자는 "동물실험 등 좀 더 기초적인 연구를 한 뒤에 사람의 난자를 연구용도로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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