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기자 psh21@dt.co.kr 입력: 2008-11-06 20:44
보호주의 정책 분야별 선별 규제 가능성
당장은 통상보다 국내 경제에 집중 예상
■ 미국의 선택 '오바마 시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향후 미국 통상정책 기조에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면서 한미간 통상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파고가 휘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와 여당, 재계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FTA는 양국간 통상 관계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당선인측의 구체적인 상황변화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 정치권에서는 `선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간 논란이 첨예화하고 있다.그러나 오바마 후보가 그동안 내걸었던 `보호무역, 공정무역' 공약을 감안하면 연내 한미 FTA 비준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미 FTA, 전략적 접근 필요=오바마 당선인은 부시 공화당 정권의 경제정책 기조인 `기업, 시장, 성장, 자유무역'과는 반대 노선인 `노동, 규제, 분배, 공정무역'으로 정책의 중점을 이동시킬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 후보는 통상ㆍFTA 관련한 공약에서 `미국의 경쟁력 강화, 민주ㆍ균등ㆍ지속가능한 세계경제성장 기반조성'을 핵심 모토로 삼고 있다.
FTA별로 환경보호와 식품안전, 보건 부문의 일정 달성 목표를 내걸고 협상 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재협상을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미 FTA 협상시 미국측 파트너였던 무역대표부(USTR)의 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미국 근로자의 이해를 보호하고 노동과 환경이 강화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오바마는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자동차, 쌀, 쇠고기 등 핵심품목의 개방기준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며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어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문제로 인해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수석연구원은 "오바마는 단정적으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특히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되 미국 의회의 비준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라도 연말 경 비준동의안 처리를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국회의 비준은 미국에 외교적 부담을 줘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를 쉽사리 바꿀 수 없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이 집권 기간 내내 보호무역주의를 구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코트라는 6일 오바마의 통상 정책에 대해 미국 저명인사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정권 초기에는 국내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에 신경 쓸 여지가 줄어들고 설령 보호주의 정책이 실시되더라도 선별적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임기 중반기에 접어들면 자유무역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트라의 김준규 구미팀 과장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모든 품목에 대해 무작위로 적용되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산업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유무역주의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의원들이 관심을 보일 테마는 친환경과 에너지 절감이며 이와 함께 생산성과 제품사용 효율성을 높여줄 자동화 신기술 개발일 것으로 예상됐다.
◇ITㆍ재생에너지 사업 기회요인 크다=한편 오바마의 당선이 우리나라 주요 산업별로 대미 수출과 투자유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미국의 경기침체 정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업별로는 IT와 재생에너지 산업에는 기회요인이, 반면 자동차와 철강, 섬유산업은 위협요인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IT, 전력기자재, 재생에너지 분야는 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과 산업지원이 늘어나고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오바마 당선자는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전미 지역에 차세대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통신케이블 업체들은 전력시설 확충에 따라 전력기자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성장동력 확충을 강조하는 오바마의 공약대로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영구화하고 미국 전지역에 차세대 브로드밴드를 설치한다면 이것 역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제2의 IT붐이 조성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여기서 비롯된다.
또 미 의회를 통과한 구제금융법안에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연장안이 포함돼 있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시 정부가 바이오 에탄올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오바마 정부는 대형버스나 트럭에 주로 사용돼 공공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바이오 디젤에도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바이오 디젤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미국 바이오 디젤 연구소나 관련 기업과 협력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반면 자동차, 철강, 섬유산업은 한국 기업에 그리 우호적인 여건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가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수립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미국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자국 노동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면서 "보호무역의 주요 타깃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역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 November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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