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May 2009

5mm 쌀알이 21세기 식품혁명 주도


“화장품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창출 무궁무진”

2009년 05월 26일

평균 길이 5mm, 무게 0.02g. 작고 하얗고 딱딱하고 동글동글한 이것은 ‘쌀알’이다. 우리 민족이 1만5000년 동안 매일처럼 식탁에서 마주 대하는 쌀알이 최근 식품업계에서 새삼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식품은 물론이고 화장품, 의약품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각종 고부가가치 희소 성분들이 이 작은 쌀알 속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식품기업 연구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200여 명의 석박사급 식품 연구진이 쌀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급 성분의 보고(寶庫)”

“쌀을 그냥 ‘밥’의 재료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만난 조성준 소재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쌀을 “활용 잠재력이 큰 고부가가치 곡물자원”이라고 소개했다. “쌀은 버릴 게 없어요. 밥 짓는 용으로 쓰이는 현미, 백미나 기름(현미유) 외에도 고급 기능성 식품의 소재가 되는 쌀 단백질, 기능성 당, 식이섬유를 비롯해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세라마이드, 피틴산 등도 얻을 수 있죠. 쌀겨(벼 껍질)까지도 친환경 사료로 사용됩니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특히 ‘쌀 단백질’의 상업적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조 연구원은 “쌀 단백질은 일반 단백질과 달리 수용성이면서 영양도도 훨씬 좋다”며 “최근 멜라민 등으로 문제가 됐던 커피 크림이나 과자 등에도 쌀 단백질을 활용해 유화제 같은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천연적으로 맛과 영양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레르기 등 인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쌀 성분에 대해 식품업계나 학계가 관심을 전혀 갖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가공처리가 어려운 쌀 성분의 특성 때문에 번번이 ‘실험실 안에서’의 성공에만 그쳤던 게 문제였다.

CJ제일제당은 이를 극복하고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쌀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은 여기서 쌀 단백질과 기름, 식이섬유 등을 추출해 과거보다 8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쌀

현재 세계적으로 쌀 성분 관련 연간 시장은 2조6000억 원 규모로 매년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고단백 뉴트리션바나 고급 시리얼바 등의 수요가 높은 해외 기업들이 특히 쌀 단백질에 관심이 많다”며 “쌀 단백질은 저가 콩 단백질보다 2배 이상 값이 높아 향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가 주목하는 이 같은 쌀의 고기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쌀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식생활 변화의 영향으로 국내 쌀 소비량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쌀 소비량과 쌀 재배면적은 각각 11.6%, 7.8%씩 줄었다. 농협 관계자는 “최근엔 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재고 쌀’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재정 적자 규모도 점점 느는 추세”라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밀을 대체할 쌀 가공식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동아일보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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