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December 2010

횡령액 85억 복권에 '올인'…겨우 7억원 당첨 뒤 쇠고랑

노컷뉴스 | 입력 2010.12.13 17:06

[부산CBS 장규석 기자]

3년 동안 무려 85억 원에 달하는 돈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구속기소된 부산의 한 농협 직원이 횡령한 돈의 대부분을 스포츠 복권에 쏟아부었으나, 정작 당첨금액은 7억여 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방법원 제6형사부는 지난 10일, 3년 동안 85억 원에 이르는 고객과 은행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농협중앙회 부산 모 지점 별정직 직원 A(39)씨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다른 은행이 발행한 수표나 어음 등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실제 자신이 받은 것보다 금액을 부풀려 기재한 뒤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하루에 많게는 6천만 원까지 빼돌리는 등 지난 2007년 7월부터 지난 9월까지 3년여 동안 488차례에 걸쳐 8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횡령금액을 탕진하게 된 사정이 드러났는데, 검찰이 A 씨의 자금을 추적한 결과 횡령한 돈의 대부분이 스포츠 복권 대리점 4곳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한 돈의 대부분을 복권에 쏟아부은 것이다.

스포츠 복권에 '올인'한 A 씨는 실제로 지난해 3월 1등에 당첨돼 당첨금 7억 6천만 원을 받기도 했으나, 이미 횡령금액은 그보다 몇 배는 많은 수십억 원에 이르렀고, 은행에서 빼돌린 돈을 채워넣기 위해 A 씨는 더욱 스포츠 복권에 빠져들었다.

농협중앙회는 A 씨가 횡령한 액수가 85억 원에 이를 무렵인 지난 9월에서야 감사를 통해 수년간 지급되지 않은 거액의 타행수표들을 발견하게 됐고, A 씨는 결국 횡령 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청각장애인인 어머니와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형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 가난을 한 번에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을 찾다 스포츠 복권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십억 원의 돈을 쏟아부은 복권은 고작 7억 6천만 원의 행운만을 가져다줬고, 이마저도 은행에서 빼돌린 돈을 메우느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게다가 A 씨는 갖고 있던 재산마저 모두 압류당한 채 6년 동안 철창신세를 지는 나락으로 빠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융기관 종사자로서 임무를 저버리고 계획적이고 지능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고, 그마저도 도박에 해당하는 낭비적 행위에 돈을 모두 쓴 뒤 피해 회복을 하지 않아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없으면 가족들의 생계에 지장이 있고, 돈을 숨겨 놓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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