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의 과학기술 예산, 교육의 10분의 1
2012년 01월 04일
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잔인하게 시작됐다. 적어도 과학기술계에는 그랬다. 그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8부였던 중앙정부 조직을 15부로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했고 2월 국회는 이 안을 통과시켰다.
사라진 3부에 과학기술부가 포함됐다. 과학은 교육인적자원부로, 기술(공학)은 산업자원부로 찢어졌다. 과학기술계는 망연자실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무모한 시도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앞섰다.
4년이 지났다. 2012년 ‘임진년(壬辰年)’의 시작은 2008년보다 더 우울하다. 이젠 아예 부처에서 과학기술을 찾기가 어렵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은 ‘사실상’ 죽었다.
교과부 내 순수 과학기술 조직은 달랑 실(室) 하나만 남았다. “그 많던 과기 공무원들 어디 갔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교과부는 올해 업무보고 자료에서 핵심추진과제를 소개하면서 교육에는 13페이지를 할애했지만 과학기술은 4페이지로 끝냈다. 그마저도 ‘교육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재 양성이 대부분이다.
새해 처음 열린 교과부의 올해 예산 설명에서 교육과 과학기술의 불균형은 더욱 명확해졌다. 올해 교육에는 45조4911억 원을 투입하는 반면 과학기술에는 4조1154억 원이 투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라고 불리는 게 무색할 정도다.
교과부도 할 말은 있다. 작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10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출범하면서 과기 공무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당연히 과학기술 업무량도 줄었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급 조직이 2개나 늘었으니 오히려 과학기술의 파이가 커진 게 아니냐”고도 했다.
2008년 과기부를 교육부에 통폐합시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과 과학기술의 ‘화학적 결합’”을 주문했다. 화학적 결합의 과학적 정의는 산소와 수소가 만나 물이 되는 것처럼 이전의 성질이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게 만들어지는 반응이다.
교육과 과학기술의 화학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국과위나 원안위가 별도로 생길 필요가 있었을까. 두 위원회의 출범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운 이번 정권의 방침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교과부로, 국과위로, 원안위로, 또 지경부로 뿔뿔이 흩어진 과학기술은 흡사 선장 없는 배가 위태롭게 항해하듯 과학기술계에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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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것은 동아일보 아닌가?
5 Januar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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